‘하천폭 확대’ 위한 보상 늦어져
복구 지지부진 악몽 재연 우려
주변공장·재활원 등 ‘조마조마’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삼육재활원 앞 곤지암천 일대에선 땡볕이 내리쬐는 옹벽의 흙더미를 헤집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했다. 경안천과 만나는 지점에선 굴착기 서너대가 모래를 긁어내느라 분주했지만, 수북이 쌓인 흙더미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300여m 떨어진 곳에서는 노동자 7~8명이 곤지암천에 다리를 놓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뼈대만 앙상한 철근과 거푸집이 뒤엉킨 현장은 복구공사를 막 시작한 듯 보였다. 지난해 7월26~27일 곤지암천이 넘쳐 중증장애인 1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고립됐던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병원인 삼육재활원을 물난리로부터 보호하려는 공사다.

하지만 이곳의 공정률은 50%를 넘겼을 뿐이다. 게다가 전원주택을 짓는다며 재활병원 바로 뒤쪽 야산을 깎아 가파르게 쌓은 축대는 아슬아슬해 보였다. 1㎞가량 떨어진 초월읍 지월리도 공사가 늦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곤지암천 범람으로 밀집한 영세공장과 창고가 모두 휩쓸렸던 곳이다. 하천에 널린 흙더미와 공사 자재들만 봐서는 다가올 우기 이전에 공사가 끝날지 의문이었다. 지난해 공장이 침수됐던 이아무개(51) 사장은 “7~8일 전 쏟아진 소나기가 집중호우인 줄 알고 소스라쳤다”며 “비 소식만 들으면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곤지암천 상류 쪽 ㅎ아파트. 이곳도 지난해 폭우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다. 당시 인근 다리가 위험해 길이 109m, 너비 21m로 교량을 다시 놓고 있지만 공정률은 65%에 불과하다. 문제는 임시로 만들어놓은 잠수교 형태의 다리이다. 공정이 늦어진 사이 집중호우를 맞으면 댐처럼 물길을 막아 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근 자전거도로 다리도 위험해 보였다. 곤지암천으로 흘러드는 지천이 하천 모래를 밀어내면 길이 10m, 높이 3m 다리가 수중보처럼 변해 주변을 물바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26~27일 평균 358㎜의 폭우로 곤지암천 일대 주민 6명이 숨진 경기도 광주시는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곤지암천 수해 복구는 평균 105m 안팎인 하천 폭을 20~50m 더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업비 242억원 가운데 147억원(58%)은 토지·지장물 보상에 쓰였다. 지난해 10월에야 복구공사가 발주돼, 우기가 코앞인데도 전체 복구사업 공정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보상도 많고 준설과 제방공사 등이 함께 진행되다 보니 느려 보이지만, 완공 예정인 다음달 9일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최근 광주시 종합감사에서 ‘펌프장을 비롯한 수해방지 시설의 기능 개선 같은 근본적인 사업을 마친 뒤 곤지암천 복구사업을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광주/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